이젠 추위가 힘들어서 겨울을 좋아하기 어려울 것 같군, 이라고 생각하던 차였어.오랜만에 눈이 오고 창문 틈으로 눈에서 나는 냄새가 흘러들어오고 특유의 포근한 적막함이 잔잔하게 몰려오고.. 방 안 가득히 겨울 냄새가 채워지면서 나는 이래서 겨울을 좋아했었지 깨달았어.노란 워커의 구두코에 부딪히던 검게 녹은 눈, 발 끝이 얼어서 걷는 내내 정말 시렸었는데.그 시기에 보던 만화책은 두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했었고, 얼은 시냇물을 걷던 일은 재밌었어.겨울 방학 도서실에서 체스를 두곤 했던 일, 방학에 학교 가는 것도 일어나는 것도 조금 싫었었는데 같이 놀았던 건 추억이네. 원고를 들고 전철에서 눈 오던 바깥을 멍하니 보던 날은 너무 사소해서 지금까지 떠올릴 줄 몰랐는데 사실 어떤 강렬한 인상이 남아있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