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30

202310004

1. 작년에는 디지털 사진을 몇 인화해 봤는데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높았다. 사진으로 인화한 바다, 거리, 여러 장소들의 순간들을 모아서 보니 시간의 하이라이트 특집 편 그리고 어릴 적 돌계단을 한층 정도 올라서 가야 했던 현상소의 시멘트 벽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지은 지 오래된 건물들은 조명이 어둑하지만 돌계단 참이 햇빛에 반질하게 빛나던 기억이 난다. 네거티브 필름 다발들과 사진 담겨오던 종이봉투도. 시간이 더 지나 학생 때 사진 수업을 들은 친구가 말해주던 것도 기억난다. 수동 카메라는 오전, 오후 시간 대의 빛을 다양하게 찍어봐야 한대. 사진 찍을 때 그 말이 매번 기억나곤 한다 어쨌든 살아온 기억을 고정한다면 인화한 사진들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000/Draw 2023.10.15

202310003

길거리 나뭇잎의 색이 변했기에 단풍이 들기 시작하나 싶어 바라보면 내심 기대하고 있던 진노랑 빨강보다는 갈색이 많았다. 폭염 때문인지 나무의 잎사귀들이 마르고 가장자리가 타버린 듯한 흔적이 보인다. 매번 비슷한 풍경들을 보면서 흘러온 시간에 따라 다르게 발을 딛고 있다. 집에 먼지 가득한 LP 중 왈츠 타임 로렌스 웰크라는 음반이 있어서 곡을 찾아보니 겨울 벽난로 같이 따숩다. 타닥거리는 벽난로에 나팔처럼 생긴 축음기를 틀어놓은 듯한, 옛날 미국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던 TV 프로그램 분위기인데 로렌스 웰크 쇼라는 음악 프로그램을 30년 했다고 하고? 소리에 살짝 끼는 노이즈마저도 그 시대의 음악처럼 들리고 찰리 채플린 영화 음악과 비슷하기도 하고 (시대가 비슷하긴 하다) 특유의 손뜨개 스웨타 같은 따수움..

000/Draw 2023.10.11

202310001

1. 그동안의 감상문들 짤막짤막하게 모아보기. 여름에 읽기 좋다,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던 책 로알드 달의 당신을 닮은 사람 읽고 있으면 영화 필름처럼 눈앞에서 화면이 보이는 것 같아서 재밌음. 찰리와 초콜릿 공장 원작을 재밌게 읽기도 했고, 로알드 달 다큐멘터리를 봤었어서 옛날에 이 책을 구입했었다. 다시 읽어보니 좋아하는 소재들이 줄지어 나오고 90년대에 찍은 80년대 배경 미국 영화 같기도 하고 투명하면서도 고밀도로 만들어진 단단한 크리스털 유리 오브제들을 보는 것 같았다. 호텔 수영장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수면을 바라보며 크리스털 잔에 붉은 와인 따라서 마시는 기분이 드는 단편들이라 좋다. 좋아하는 색감 질감 소품 배경으로 상상할 수 있으니까 더 좋았던 듯, 비슷하게 카프카의 변신 뒤에 함께 수..

000/Draw 2023.10.01

2023 하트스토퍼

앨리스 오스먼의 하트 스토퍼 진짜 백년만에.. 천년만에.. 오랜만에 재밌고 귀엽고 행복하게 본 만화....강아지가 정말 귀여운 만화... 러프하고 선맛 진하게 나는 작화도 몹시 취향이고 학원물의 좋아하는 요소도 나오고. 캐릭터 다양하고 한마디로 일축하여 내 존잘님...♡ 존잘님의 만화를 보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고요한 강이 됩니다 오래 전 봤던 영국 단편 영화 때문에 얘네도 티타임 가지려나 비스킷도 먹으려나 싶음 오아시스와 비틀즈와 라디오헤드와 해리포터의 나라에서 사는 캐릭터들.. 부디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오래 연재 해주시길...🥰✨

카테고리 없음 2023.09.30

202209001

체크무늬 드레스가 유독 눈에 띄고 예뻐서 그려본 그림. (미완성) 그간 건강히 잘 지내셨나요? 그림은 준비해보니 양이 많아져서..(...) 그리고 변수가 있어 언제나와 같이 차근차근 조금씩 천천히 진행 중 입니다. 작업하며 외부적으로도 내부적으로도 쉽지는 않은 날들이지만 항상 잘 지내려고 매일을 쌓아갑니다. 다른 분들도 하루를 잘 보내기 위해 애쓰고 계시겠지요, 요즘은 (태어난 무렵에 인쇄된) 옛날 책을 흥미롭게 읽고 있습니다. 해부학 영상을 보다가 해부학 교수님들은 묘하게 공통된 텐션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해소하는 적절한 방법을 이것저것 모아보고 있습니다. 🤔 먹는 얘기로는 히비스커스 찻잎을 진하게 우린 물에 맥주를 섞어 먹었더니 의외로 상큼하고 맛있어서 좋았습니다...

소녀풍 2022.09.04

20210714

예전에 만든 단풍과 은행 캐릭터에 이어 아카시아 🌿 꽃 그리기 요새는 잎사귀가 길다란 애들이 좋더라구요 줄기와 잎이 사람 키보다 더 클 듯한 붓꽃도 봤는데 집에 가져가고 싶었음👍 그동안 예쁜 색에 다정 온화한 일러스트로는 그려준 적이 없어서 조금씩 그려봄 미안하다 이런 주인이라...😂 새롭기도 하고 애도 행복해보여서 한결 마음이 나음. 만든지 시간이 오래 지났지만 어찌되었든 내 소유인 이상 불행한 퍼센테이지가 높은 삶과 상태인 채로 둘 수 없었다.. 평화롭게 온실에서 화초 키우고 고양이도 키우고 너네 집에 딸린 수영장에서 수영도 하고 있으렴 하는. (그러고보니 못한 얘기도 설정도 엄청 많네..) 일전에 어디서 들었는지 캐릭터가 단순히 2차원 평면 속에만 한정된, 사람과 무관한 존재이기 보다 원작자 자신이..

000/Draw 2021.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