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Draw 15

202411001

이젠 추위가 힘들어서 겨울을 좋아하기 어려울 것 같군, 이라고 생각하던 차였어.오랜만에 눈이 오고 창문 틈으로 눈에서 나는 냄새가 흘러들어오고 특유의 포근한 적막함이 잔잔하게 몰려오고.. 방 안 가득히 겨울 냄새가 채워지면서 나는 이래서 겨울을 좋아했었지 깨달았어.노란 워커의 구두코에 부딪히던 검게 녹은 눈, 발 끝이 얼어서 걷는 내내 정말 시렸었는데.그 시기에 보던 만화책은 두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했었고, 얼은 시냇물을 걷던 일은 재밌었어.겨울 방학 도서실에서 체스를 두곤 했던 일, 방학에 학교 가는 것도 일어나는 것도 조금 싫었었는데 같이 놀았던 건 추억이네. 원고를 들고 전철에서 눈 오던 바깥을 멍하니 보던 날은 너무 사소해서 지금까지 떠올릴 줄 몰랐는데 사실 어떤 강렬한 인상이 남아있는 거겠지?

000/Draw 2024.11.29

202408001

1. 여름을 지내고 있습니다. 2. 새로운 던전이 열리는 것처럼 매년이 새로운 여름, 피부로 맞닥뜨리는 기온 때문에 밸런스 붕괴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감히 이 뜨거움을 무엇에도 비유할 엄두가 나지 않는, 살벌한 더위이기에.. 아니 이미 비유를 한 건가? 여름 햇빛 쬐기와 열기운을 나름대로 즐기던 때가 있었는데 더운 나라는 대체 어떻게 지낼 수 있는 건가 인간 생존의 기준으로 경외심이 생기는 여름입니다.. 3. 꽃 모양을 모르고 심은 구근이 내 취향의 꽃으로 피었습니다. 다행. (내가 심은 건 아니지만) 올해 여름은 채송화가 만발했습니다 4. 빙수를 먹고 싶은데 아직도 못 먹었네요. 서늘해지기 전에는 먹어야지 5.

000/Draw 2024.08.15

202402001

날씨가 금방이라도 따뜻한 봄이 될 것 같은 2월입니다. 벌써 2월이라니..☻ 이번 주의 비 소식이 지나가면 봄이 재빠르게 성큼 성큼 다가올 것 같네요. 최근에 들은 노래는 그간 사막에 가보고 싶던 갈망 덕분인지 매번 들을 때마다 번쩍이는 별들 아래 모래바람 맞으며 사막 걷는 느낌이 됩니다. 오로라가 머릿속에 시원하게 쏟아져 지나가는 느낌. + 눈이 엄청 와서 봄 얘기한 거 취소..☻! 이번 겨울은 눈을 수북하게 보는군요.

000/Draw 2024.02.21

202312003

1. 눈이 땅을 덮었다. 약간 도톰한 정도의 하얀 담요를 덮은 것 같다. 쌓인 눈을 마지막으로 보았던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에 새삼 새로운 기분, 연말의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이 시기의 계절 느낌. 12월은 성과나 결과 지표가 어떠하든 한 해를 보내기 위해 애쓴 것만은 분명하니 그저 평화롭게 보내고 싶은 시즌이다. 요 근래에는 12월에 듣는 노래, 1월에 듣는 노래가 연례행사처럼 고정 됐다. 이걸 들어야 12월을 보내는 것 같고 흰 눈이 오는 겨울 같고 비로소 신년을 맞는 것 같아짐 2. 셀프로 나에게 주고 싶어서 그린 홀리데이 선물 그림 선화는 1월에 그렸고 채색은 12월에 하여 한 해의 시작과 마무리를 함께 하는 그림이 되었다. 장식은 전부 아날로그로 한 땀 한 땀 그려보았다. 이 그..

000/Draw 2023.12.22

202312001

0. 올해의 11월은 하얗고 검은 달이 되었다. 1. 2. 모스크바 서핑클럽의 노래와 연주가 엷은 물결처럼 겹쳐서 핑크색 하늘 초록색 물결 바다의 풍경 같고, 소금기 짙은 하늘을 보며 천천히 오가는 파도 과거와 현대의 시간이 젖은 모래알들처럼 쌓이고 섞인 음색 차가운 해류와 따스한 해류가 만나는 지점의 물속 일렁임을 저 아래에서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 https://youtu.be/JYtyaMYLrW8 3. 4. 5.

000/Draw 2023.12.10

202310004

1. 작년에는 디지털 사진을 몇 인화해 봤는데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높았다. 사진으로 인화한 바다, 거리, 여러 장소들의 순간들을 모아서 보니 시간의 하이라이트 특집 편 그리고 어릴 적 돌계단을 한층 정도 올라서 가야 했던 현상소의 시멘트 벽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지은 지 오래된 건물들은 조명이 어둑하지만 돌계단 참이 햇빛에 반질하게 빛나던 기억이 난다. 네거티브 필름 다발들과 사진 담겨오던 종이봉투도. 시간이 더 지나 학생 때 사진 수업을 들은 친구가 말해주던 것도 기억난다. 수동 카메라는 오전, 오후 시간 대의 빛을 다양하게 찍어봐야 한대. 사진 찍을 때 그 말이 매번 기억나곤 한다 어쨌든 살아온 기억을 고정한다면 인화한 사진들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000/Draw 2023.10.15

202310003

길거리 나뭇잎의 색이 변했기에 단풍이 들기 시작하나 싶어 바라보면 내심 기대하고 있던 진노랑 빨강보다는 갈색이 많았다. 폭염 때문인지 나무의 잎사귀들이 마르고 가장자리가 타버린 듯한 흔적이 보인다. 매번 비슷한 풍경들을 보면서 흘러온 시간에 따라 다르게 발을 딛고 있다. 집에 먼지 가득한 LP 중 왈츠 타임 로렌스 웰크라는 음반이 있어서 곡을 찾아보니 겨울 벽난로 같이 따숩다. 타닥거리는 벽난로에 나팔처럼 생긴 축음기를 틀어놓은 듯한, 옛날 미국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던 TV 프로그램 분위기인데 로렌스 웰크 쇼라는 음악 프로그램을 30년 했다고 하고? 소리에 살짝 끼는 노이즈마저도 그 시대의 음악처럼 들리고 찰리 채플린 영화 음악과 비슷하기도 하고 (시대가 비슷하긴 하다) 특유의 손뜨개 스웨타 같은 따수움..

000/Draw 2023.10.11

202310001

1. 그동안의 감상문들 짤막짤막하게 모아보기. 여름에 읽기 좋다,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던 책 로알드 달의 당신을 닮은 사람 읽고 있으면 영화 필름처럼 눈앞에서 화면이 보이는 것 같아서 재밌음. 찰리와 초콜릿 공장 원작을 재밌게 읽기도 했고, 로알드 달 다큐멘터리를 봤었어서 옛날에 이 책을 구입했었다. 다시 읽어보니 좋아하는 소재들이 줄지어 나오고 90년대에 찍은 80년대 배경 미국 영화 같기도 하고 투명하면서도 고밀도로 만들어진 단단한 크리스털 유리 오브제들을 보는 것 같았다. 호텔 수영장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수면을 바라보며 크리스털 잔에 붉은 와인 따라서 마시는 기분이 드는 단편들이라 좋다. 좋아하는 색감 질감 소품 배경으로 상상할 수 있으니까 더 좋았던 듯, 비슷하게 카프카의 변신 뒤에 함께 수..

000/Draw 2023.10.01